살인의 해석 - 제드러벤펠드
개인적으로는 심리학에 관련된 책은 읽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암시에 빠지기 쉬운사람이 사람의 심리에 관한 책을 읽게 되면 지금보다도 사람을 더욱 계산적이고 분석적으로 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그 사람의 손위치, 그 사람의 시선, 그 사람의 구두, 손끝, 말투... 아마도 대화하는 내내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고 저 사람은 이런 타입이네 저런 타입이네 하면서 혼자서 분류해버릴것이 너무 자명하고 두렵기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가려읽는 건 내키지 않지만 심리학에 관련된 쪽만은 읽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심도있는 그런책이라면 더욱 더 사절이다. 그럴 경우에는 상대방뿐 아니라 나의 내면까지도 분석하게 될터인데 그건 더욱 더 두렵다. 그런 책의 예를 들자면 바로 프로이트의 책이라고 할수있다. 바로 지금 이야기하려는 이 책의 중요한 등장인물말이다.
제목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 이책은 추리 소설이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몇년전만해도 무슨뜻인지 알지도 못했던 프로파일링이란 단어가, 이제는 넘쳐나는 범죄 관련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범죄심리수사나 범죄심리수사관등은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 그런방식을 이용해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잡아내는데 중점을 두지만 이책에서는 특이하게도 (물론 이책도 형사가 등장하고, 단서와 증거를 추적하고 용의자를 확보하는 수사기법이 당연히 등장한다.) 기억을 잃은 피해자의 내면을 분석해서 범인을 잡으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는 정신과의사가 바로 주인공 영거박사이며 때마침 저멀리 유럽에서 미국을 방문한 프로이트박사일행이 그의 고문이 되어준다.
책의 배경인1909년의 뉴욕시가 그러하듯이 매일 새롭게 솟아나는 건물들처럼 작가 제드러벤펠드도 책 속에 있는 그 만의 뉴욕에 건물을 세워가더니만 책이 끝나갈무렵 놀랄만큼 큰 건물로 놀라게 하였다. 이 건물이 놀라운 것은 갑자기 나타났다고 느껴졌지만 실은 처음부터 차곡차곡 지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놀라움을 주는 반전을 주는 책은 많지만 만족감도 함께 주는 반전은 많지 않기에 감탄을 하였다.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책을 덮고 싶어 졌다. 박사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이게 누가 누가 누군지, 또한 그들의 박사라는 신분에 걸맞는 대화들은 내머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 대화는 극중의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쉽게 해주었고 개성을 이해하기 쉬워지게 만들었다. 서로를 분석하는 심리학계의 사람들을 보며 나역시도 하나의 심리학자가 된듯 하였다.
만족함을 주는 추리와 스릴러에 지식이 없이는 쓸수도 없을 그런 심리학적내용을 덧붙인 작가의 능력이 엿보인다. 책을 읽기전에 가지고 있던 인간의 분석을 위한 심리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심리학은 물론, 분석을 위해서 쓰이지만 중요한 점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것이라는 점이다.
이책은 추리소설로도 훌륭하며, 심리학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입문용으로 읽어볼만 할것 같다. 관심이 생긴다면 당연히 다음책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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