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가만히 생각해보자. 글을 읽어야할테니 눈을 감고 생각하라고는 못하겠다. 자신의 눈이 먼다는 상상을 해보자. 그렇게 눈이 멀어 가족이건 친구건 애인이건 사회봉사단체건 자신을 도와줄수 있는 그 무엇이건간에 모두 눈이 멀게되어 내자신이 도움을 요청하는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이 들리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살수있을까?
하나둘씩 눈이 멀어 온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된다는 끔찍한 내용을 담고있다.
읽다보면 눈이 멀면 어떨까하고 한번쯤은 눈을 감고 손을 더듬어보거나 어둠을 이해하려고 해볼수도 있을테지만, 이소설속의 눈이 먼다는 것의 공포는 너무나 실질적이며 공포를 주었기때문에 두려운 나머지 그런 행동을 해볼수가 없었다. 소설속에서도 그런 흉내를 내다가 눈이 먼사람이 등장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않았어도 그 사람은 눈이 멀었을것이다.
눈이 먼 것을 빛을 잃었다하여 실명이라고 하지만 이책에서는 반대로 눈이 먼자들은 어둠이 아닌 온통 새하얀 빛만이 보여 그로인해 아무것도 볼수없는 자들이다. 실명(失明)이라기보다는 실암(失暗)이라 하겠다.
눈이 먼자들은 눈이 멀지않은 자들에 의해 격리되어 수용당하게 된다. 하지만 눈이 먼자들이 모인곳에서조차 인간은 서로 무리를 지며 그곳의 구성원이 되고 각자의 무리를 위해 서로 다투며 싸움을 일삼는다. 또한 그곳을 지배하려는 욕심을 가진자도 나타나 서로 나을게 없는 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착취한다.
우리는 눈이 떠있을때 세상의 모든것들을 볼수있다. 눈이 멀었을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것을 볼수없게 된다. 눈 먼 자들은 세상을 잃어버린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것을 잃어버렸다해도 우리가 가진 인간의 본성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세상이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본성만은 보이는 된것이다. 눈이 멀건 아니건 인간은 인간이다. 식량을 위해 무리를 위해 신념을 위해 그것이 결국엔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눈이 먼자들중에서 단한명 '의사의 부인'만은 눈이 멀지 않는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볼수 없을때 세상을 볼수있는 단 하나의 사람이다. 그녀는 눈이 먼 자들이 저지르는 바보같은 모습들과 더러운 분비물과 즐비한 시체들을 볼수있지만 정작 아무도 그녀를 봐주지 않는다. 바라볼수는 있되 바라봐주는 이가 없는 것이다. 그로인해 자신도 눈이 멀었으면 바라기도 하지만 책임감으로 그녀의 주변사람들을 위해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가 그녀처럼 눈이 멀지않은 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 글을 읽을수 있다면 눈이 멀지 않았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기심과 욕망을 채우기위해 사는 사람에게 과연 그렇게 말할수 있을까? 눈이 멀지 않았기때문에 남을 바라봐주고 도와줄수 있는 그녀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수있을까? 도와주고도 무언가를 바라거나 바라봐주길 원하지않을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수있을까? 나는 두눈을 가지고 있음에도 눈이 먼것과 차이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크엘프 트릴로지 - R.A.살바토레 (0) | 2016.01.11 |
---|---|
사기꾼 로봇 - 필립 K.딕 (0) | 2016.01.11 |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0) | 2016.01.11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0) | 2016.01.11 |
죽은자가 무슨 말을 - 필립 K.딕 (0) | 2016.01.11 |